코로나로 팍팍해진 삶의 모습, 마을버스에 타보면 알 수 있습니다.
새벽 일터나 장사하러 나가던 승객들이 하나 둘 사라지며 마을버스까지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.
정다은 기자가 함께 타봤습니다.
[리포트]
"서울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 앞입니다. 지금이 오전 6시 정도인데요. 이제 곧 첫차 운행이 시작됩니다. 누군가에게는 없어선 안될 존재인, 이 마을버스가 최근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고 하는데요. 무슨 사정인지 현장으로 갑니다.”
새벽부터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을 태우러, 동네 구석구석을 다닌 지 6년째인 신언주 씨.
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낯선 상황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.
특히, 일용직인 승객들이 새벽에 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몇시간만에 귀가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고 합니다.
[신언주 / 서울 구로구 마을버스 기사]
"(아침)7시나 8시쯤 되면 인력시장 못 나가신 분들이 거기에서 이용하는 봉고차로 우리 버스 정류장 앞에 가끔씩 내려주는 사람들을 내가 많이 봐요. 일거리가 없으니까 코로나 때문에.”
매일 인사 나누던 주민들이 요즘 하나둘씩 보이지 않는다고도 합니다.
[신언주 / 서울 구로구 마을버스 기사]
"안타깝죠. 장사도 안 되고 장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그렇게 떠난 분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 많이 보입니다.”
운행 대수도 14대에서 10대로 줄었습니다.
[신언주 / 구로구 마을버스 기사]
"코로나로 손님이 많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회사가 어려우니까 월급 봉급도 솔직히 말해서 줄었고.”
자구 노력에도 마을버스의 적자 상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.
이승재씨는 마을버스 업체 대표입니다.
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, 본인이 직접 핸들을 잡았습니다.
[이승재 / 마을버스 업체 대표]
"코로나 온 후로 대출 7억입니다. 자구책을 찾고는 있지만 쉽지 않아요. 다른 데선 수익성이 나올 데가 없잖아요.”
적자의 일부를 시로부터 지원 받지만 큰 도움이 안되고, 요금은 몇년째 동결돼 있습니다.
[이승재 / 마을버스 업체 대표]
"요금이 6년째 안오르면서 인건비, 기본 시급이 많이 올랐잖아요. 인천, 경기 뭐 (요금) 다 올랐고, 부산도 다 올랐는데 서울만….”
그래도 장 보러 다니기도 힘겨운 어르신들을 생각하면, 운행을 멈출 수 없습니다.
[구본순 / 서울 종로구 마을버스 이용객]
"높은 지대라 우리는 나이가 있고 하니까 걸어 올라오기 힘들잖아. 시장도 이 밑에 있으니까 그냥 못 다니잖아요. 힘들어서”
저녁 시간에도 승객은 몇명 뿐입니다.
"코로나19 상황 전 오늘 같은 금요일 저녁엔 마을버스가 사람들로 붐볐는데요.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텅 비어있습니다."
[이태원 /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기사]
"손님이 많이 줄었어요. 거의 3분의 1 정도로. 이런 식으로 가면 사측에서 또 한 대를 세울 수도 있는 거고. 늘 불안하죠.”
빈 차로 다녀도, 기다리는 승객이 있기 때문에 제 때 다녀야 합니다.
[이태원 /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기사]
"(빈차 운행하면) 착찹하죠. 다들 어려우니까."
그리고 밤 12시 가까운 시간까지 마을버스가 다녀 주는 덕분에, 누군가는 안심하고 귀가합니다.
[김은자 /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이용객]
"밤에는 좀 위험성이 있잖아요? 거기(집 앞)까지 마을버스가 들어가니까 좋죠.”
[마을버스 이용객/서울 종로구]
"(마을버스 없어지면) 안되죠, 여기 위에 있는 사람들 발이나 마찬가지인데"
[마을버스 이용객 / 서울 종로구]
"나 같은 사람은 마을버스 아니면 진짜 아무것도 못해."
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.
PD : 김남준 김종윤
정다은 기자 dec@donga.com